연극 ‘젤리피쉬’의 주연 백지윤(왼쪽), 정수영 배우. 이승환 기자



“무대에 서면 관객들이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대사를 까먹으면 관객들이 알아차리니까요. 실수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고 잘 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다운증후군 여성의 사랑과 출산을 그린 연극 ‘젤리피쉬’(연출 민새롬)의 주연 백지윤 배우가 첫 정식 공연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다운증후군을 가진 백 배우는 비장애인 남성 닐(김바다·이휘종)과의 사이에서 임신을 하자 엄마 아그네스(정수영)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산을 결단하는 주인공 켈리 역을 맡았다. 한국에서 다운증후군 배우가 연극 공연에 출 창업진흥원로고 연하는 것은 백 배우가 처음이다.



다운증후군 여성의 사랑과 출산을 그린 연극 ‘젤리피쉬’. 스튜디오 야간



제작진이 백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발달장애인의 삶을 다루는 ‘젤리피쉬’의 감동을 공연장에 화장 서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제작진은 백 배우와 동고동락하며 이전에는 무지했던 발달장애인의 삶과 특성을 알게 됐고 이를 주인공 켈리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데 반영하고 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배우만 할 수 있는 다운증후군 인물 연기를 무대에서 보여 당사자성이 극대화된 감동을 주는 것도 유도했다.



일용직 식대
다운증후군 여성의 사랑과 출산을 그린 연극 ‘젤리피쉬’. 스튜디오 야간



원래 발레 무대에 섰던 백 배우는 드라마 ‘고고송’(2019)에서도 다운증후군 인물을 연기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진행된 ‘젤리피쉬’ 작품 개발 쇼케이스에 시범적으로 준비되면 출연한 뒤 현재 정식 공연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백 배우는 “처음에는 대본을 외우는 것이 어려웠는데 계속 하다보니 지금은 머릿속에 대본이 다 들어있는 거 같다”며 “(연극) 선배님들에게 모르는 것들을 배우며 기적처럼 성장했다”고 말했다.



광주영세민전세자금대출 다운증후군 여성의 사랑과 출산을 그린 연극 ‘젤리피쉬’. 스튜디오 야간



발달장애인을 공연에 캐스팅하는 것은 예술 활동에서 소외된 발달장애인에게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는 발달장애인은 예술을 할 수 없다는 편견과 그들을 비하하고 대상화하는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백 배우는 “예전에는 다운증후군이라는 말 자체가 싫었고 나를 놀리는 거라고 느꼈는데 이제는 내가 다운증후군인 것을 받아들인다”며 “다운증후군 배우도 무대에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 당당하다”고 밝혔다.
영국 작가 벤 웨더릴이 쓴 ‘젤리피쉬’는 2018년 영국 부시 시어터 초연 이후 내셔널 시어터(NT)로 옮겨 전석 매진을 기록한 작품이다. 18일부터 내달 13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



연극 ‘젤리피쉬’의 주연 정수영(왼쪽부터), 백지윤 배우와 오세형 모두예술극장 극장운영부장.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