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9-1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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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3월 산청에 산불이, 7월에는 폭우와 산사태 등으로 피해를 본 주민이 있기에 이전처럼 흥겨운 축제를 열 수가 없었다. 취소를 고민하기도 했으나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른 일상회복을 바라고 위로를 전하는 예술제 형태로 방향을 틀었다. 공연축제에서 공연예술제로 명칭을 바꾸고 왁자한 야외 행사를 최소화했다. 3월부터 섭외를 하며 준비했는데, 출연하지 못한 공연단체도 있다 부동산담보대출서류 . 참여하는 대부분 단체는 규모를 축소하고 공연 내용을 바꾸기도 했다. 공연예술제도 구성의 흐름을 바꿔 '산청엔희망'을 주제로 한 공연들을 무대에 올렸다.

공연 외 체험과 전시도 마련돼있었다. 큰들마당극마을은 이번 7월에 온 폭우로 소품 창고 내부가 흙탕물로 뒤덮인 탓에 공연 소품 절반가량을 못 쓰게 됐다. 그뿐만 아 개인파산비용 니라 마을 곳곳에 산사태 여파가 남아있다. 특히 큰마당에서 잔디극장으로 올라가는 길은 토사가 훤히 드러나있다. 당장 복구를 할 수 없지만 그대로 둘 수도 없다는 판단에 재해 흔적을 전시 <다시, 산청>으로 풀어냈다. 폭우로 부러진 나무들을 뿌리까지 보이도록 전시했다. 큰들에 온 이들이 적은 응원 문구를 나무에 걸어, 함께 만드는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햇살론 이자율

산청 큰들마당극마을에서 열린 '큰들마을 공연예술제'에서 열린 공간전시 모습. /주성희 기자

산청 큰들마당극마을에서 열린 '큰들마을 공 농협은행 연예술제'에서 열린 공간전시 모습. /주성희 기자

이번 공연예술제는 마고할미가 마을을 품어준다는 뜻을 담아보았다. 마고할미는 거인여신으로 산, 섬, 하천, 돌, 다리, 성곽 등의 창조에 관여한다. 마고할미 야외공연도 준비했으나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11일 공연예술제 첫날, 차황면 소상공인지원 과 내수 가촌 병정마을 주민을 초대해 공연을 선보이고 음식 대접까지 무사히 마쳤다. 공연예술제 이전 공연축제 때부터 지켜오던 일이었다. 예술제에 많은 인원이 오는 것도 좋지만, 함께 사는 주민에게 예술이 닿는 게 먼저고 중요하다는 철학이 있어서다. 이날 소리꾼 양일동이 산불, 폭우의 아픔을 달래는 '청신비나리'를 공연했다. 이날 대접한 식사는 큰들에 온 후원금으로 마련해 그 의미가 더 컸다.

12일 둘째 날 초대를 받아 큰들마당극마을을 찾았다.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관객들이 대부분이었다. 마을 입구에는 야광 조끼를 입은 주차 안내요원이 서 있다. 비가 보슬보슬 내려 여러모로 불편할텐데도 연신 웃는 얼굴로 관객을 맞이한다. 마치 오랜시간 알고 지낸 이들을 만나러 온 것처럼 기분이 들떴다. 큰들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따듯하게 대한다. 그 따스함을 느꼈는지 단체로 온 경남, 전북 지역의 청소년, 어린이는 공연의 집중도, 체험에서 참여도가 높았다.

11일부터 14일까지 열린 '큰들마을 공연예술제' 모습. 큰마당에서 참여자들이 전통놀이를 체험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12일에는 공연 장소를 까망극장, 카페극장, 잔디극장으로 확대했다. 야외에서 전통놀이 체험할 수 있었다. 이날 첫 공연은 까망극장에서 하는 연극공동체 다움의 <베짱이의 모험>이었다. 등장인물 에릭은 바깥세상을 모험하고 싶어 한다. 그 여정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먹고 어떤 모습인지 찾아나간다. 관객은 산청초등학교, 덕산초등학교, 단성초등학교, 생초초등학교 등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예매해서 온 관객도 있었는데 홍연정(45·진주) 씨다. 홍 씨의 시가도 물난리가 나 고생했다. 그는 최근에 알게 된 큰들의 공연을 보고자 자녀 이유준(7) 학생이 하교 후 곧장 왔다. 이유준 학생은 "(작품에서) 반짝거리는 개구리, 생쥐가 나오는 장면이 재밌었다"고 말했다. 홍 씨는 이후 오후 3시 40분에 까망극장에서 하는 극단 일터의 <그리움이 글이네>도 예매해 공연예술제를 풍부하게 즐겼다.

둘째날은 큰들이 교류하는 일본 히메지 로온에서 준비한 공연도 볼 수 있었다. 민족가무단 하나코마는 일본 떡메치기를 선보였다. 원래 경사스러운 자리에서 하는 공연이지만 이날은 공연예술제 특성상 의미를 바꿨다. 하나코마는 공연 전 산청에서 있었던 재해로 피해를 보았던 주민을 위로하고 돌아가신 분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떡메치기는 악기와 노래를 더해서 풍습을 예술적으로 보여준다. 성인 관객 5명을 데리고 나와 돌아가면서 떡메를를 같이 친다. 완성한 떡에 콩고물을 묻혀 나눠 먹으면서 공연은 끝난다.

11일부터 14일까지 열린 '큰들마을 공연예술제' 모습. 12일 민족가무단 하나코마의 일본 떡메치기를 함께하는 어린이들. /주성희 기자

오후 5시, 저녁 식사를 빠르게 마치고 카페극장에서 '카페 음악회'로 향했다. 김정경 큰들 배우가 아코디언 연주로 문을 열었다. 이후 나카무라 타쿠야 연주자가 일본 전통 현악기 샤미센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연을 진행했다. 카페 음악회가 끝나고 공연예술제의 기획 '공연 릴레이Ⅰ'까지 시간이 남았다. 그러면 부대행사를 즐겨야 한다. 큰들의 무대미술감독 박춘우 작가의 그림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직접 키운 꽃들을 수채화로 표현했다.

11일부터 14일까지 열린 '큰들마을 공연예술제' 에서 박춘우 큰들 무대미술감독의 전시회가 열렸다. /주성희 기자

12일에 한 '공연 릴레이Ⅰ'는 3개 공연을 까망극장에서 한 번에 치렀다. 민족가무단 하나코마의 인형극, 큰들의 마당극 <오늘부터 1일>, 놀이패 죽자사자의 <액막이 사자놀이>가 연이어서 진행됐다. 공연 릴레이는 13, 14일에도 계속됐다.

민족가무단 하나코마가 일본 전통 인형극을 15분간 공연했다. 일본 전통 옷을 입은 남자·여자 인형이 나오는데 이를 조종하는 배우들은 바퀴달린 의자에 앉아 있다. 이런 인형극을 구루마닌교라 부른다. 이후 큰들의 신작 마당극 <오늘부터 1일>이 신나게 이어졌다. 마지막은 놀이패 죽자사자가 산청에 나쁜 일은 다 물러나라며 <액막이 사자놀이>를 20분간 진행했다. 북청사자놀이는 사자가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핥고, 선물을 주고 춤을 춘다.

11일부터 14일까지 열린 '큰들마을 공연예술제' 모습. /주성희 기자

큰들은 내년 5월에도 공연예술제를 열고자 한다. 그 시기에 마을이 가장 아름답단다. 그때까지 산청과 큰들이 복구되고 치유가 돼 다양하고 많은 이가 흥겨운 축제를 즐길 수 있길 바라고 있다.
큰들은 마당극 전문예술단체로 1984년에 창단했다. 단원 35명이 마당극 공연, 예술교육, 국제교류, 농사 등 활동을 하고 있다. 인정과 배려, 감동을 나누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문화예술단체다.
/주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