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10-3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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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리베쓰·도야호(홋카이도)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는 넓다. 우리의 전라도나 경상도 같은 ‘도(道)’쯤의 규모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홋카이도 면적은 남한 땅의 거의 80%에 달한다. 한두 번 다녀오는 것만으로는 홋카이도를 다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겨울 시즌에 유빙(流氷)을 보는 홋카이도 북쪽 끝 왓카나이(稚內)나 동쪽의 구시로(釧路)습원 등 이른바 ‘마니아급(級)’ 여행지를 빼고서도, 대중적 관광지를 도는 코 파산선고비용 스만 네댓 개가 넘게 나온다.
이번에 다녀온 건 홋카이도 중부다. 홋카이도의 관문인 신치토세(新千歲) 공항에서 출발해 시라오이(白老)에서 온천 지구인 노보리베쓰(登別)와 도야(洞爺)호(湖)에 들렀다가 루스쓰(ルスツ)를 거쳐 삿포로(札幌)까지 시계방향으로 도는 코스다.
코스를 시곗바늘로 가늠하자면 4시 방향의 신치토세 공항 올크레딧 에서 시작, 1시 방향쯤인 삿포로에서 마무리된다. 바다와 온천, 호수를 지나 산중의 초지까지 두루 돌며 다양한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 홋카이도의 다른 코스보다 좀 차분한 편.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온천과 휴식을 경험하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이 코스를 권한다.
# 홋카이도 주인, 아이누를 만나다
홋카이도의 관문인 신치 중고차량담보대출 토세 공항에 비행기가 내리면 한국에서 온 여행자 대부분은 홋카이도 도청 소재지 삿포로가 있는 북쪽으로 간다. 하지만 노보리베쓰와 도야호를 찾는 온천여행의 시작은 남쪽이다. 공항에서 남쪽의 손바닥만 한 소도시 시라오이 마을로 간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해보자.
시라오이에는 ‘우포포이(UPOPOY)’가 있다. 뭐 하는 곳일까. 이 주말즉시대출 공간을 설명하는 한마디가 ‘민족공생상징공간(民族共生像徵空間)’이다. 우포포이는 홋카이도 원주민인 아이누를 주제로 한 ‘아이누민족박물관’과 아이누 문화 체험공간인 ‘국립민족공생공원’을 결합해 만든 일종의 테마파크다.
아이누란 홋카이도와 사할린, 쿠릴 열도에서 거주하며 일본 주류를 이루는 야마토(大和) 민족과는 다른 독자적 문화와 언어를 지녔 중소기업산학연협력 던 북방계 선주민이다. 우포포이는 아이누 말로 ‘함께 부르는 노래’라는 뜻이란다.
우포포이는 2020년 7월 문을 열었다. 그때까지 일본에는 아이누 문화를 전시하는 ‘국립’ 박물관이 없었다. 일본이 아이누족을 ‘원주민’으로 공식 인정한 건 2008년 들어서다. 그러고도 11년이 지난 2019년에야 일본 의회는 ‘아이누족에 대한 존중’을 규정한 관련 법을 통과시켰다. 그 전까지 일본은 선주민이자 원주민으로서의 아이누족의 존재를 부정해왔다. 국가에서 지은 ‘아이누박물관’이 그동안 없었던 이유다.

홋카이도 중남부의 소도시 시라오이의 테마파크 ‘우포포이’에 재현해 놓은 아이누족의 전통가옥과 마을.

# 여행 가서 불편한 걸 보는 이유
일본은 수백 년에 걸쳐 아이누족을 차별했다. 에도(江戶)시대 막부는 아이누족과 교유하면서 수탈에 가까운 불공정 교역을 일삼았다. 차별이 더 극심해진 건 메이지(明治)시대부터였다. 개척이라는 명목으로 북방진출에 나선 일본은 아이누족의 전통적 생활양식인 수렵과 채집을 금지하고, 토지를 몰수했다. 뺏은 땅 대신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불모지를 내줬다. 아이누어 사용을 금지했으며 종교를 억압했다. 2차대전 중에 아이누가 살던 땅은 전쟁물자를 생산하는 주요 기지가 됐다. 그러고도 일본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아이누족에게 억압과 차별을 사과하지 않았다.
한때 식민지였던 나라에서 온 여행자의 입장에서 우포포이에서 느끼는 감정은 ‘동병상련’이다. 그들이 받았던 차별과 횡포, 수탈과 멸시는 식민지 조선의 모습과 겹쳐진다. 아이누박물관과 전통마을, 공방 등은 흥미롭고 아이누의 문화복원과 계승사업도 의미 있어 보이지만, 수백 년에 걸친 차별과 억압을 사과하지 않는 일본을 생각하면 적잖이 불편한 마음이 든다.
이쯤에서 이런 질문이 나올 법하다. ‘여행까지 가서 굳이 불편한 경험을 왜 하나?’ 소비와 욕망의 실현이 여행의 ‘대부분’이 됐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여행을 의미 있게 만드는 건 공간이다. 공간에는 역사와 시간이 새겨져 있고, 그 공간에서 우리는 바깥과 안을 본다. ‘세상’과 ‘나’를 본다는 얘기다. 그저 소비와 욕망만 있다면, 우리는 한 곳에서 먹고 마시면 그만일 뿐이다. ‘왜 여행하는가’에 대한 답이자, 우포포이에 가야 하는 이유다.
# 박물관에는 제국주의의 그림자가
우포포이에는 충실한 유물로 흥미롭게 연출한 박물관뿐만 아니라, 전통방식의 공방도 있고 우리의 민속촌 같은 아이누의 전통가옥을 재현해 놓은 마을도 있다. 활쏘기와 설치미술을 체험할 수 있는 학습관도 있고, 아이누 전통 공연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공연장도 있다. 우포포이가 끼고 있는 새파란 물빛의 칼데라 호수 경관도 훌륭하다.
우포포이의 아이누국립박물관은 개관 5주년을 기념해 ‘빈 만국박람회와 아이누 컬렉션’ 특별전시를 하고 있는 중이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1873년 개최된 만국박람회에 출품했던 일본의 자료를 독일 베를린 민족학박물관과 도쿄(東京)박물관, 하코다테(函館)박물관 등으로부터 대여받아 하는 전시인데 특히 아이누 관련 자료를 집중 조명했다.
빈 만국박람회는 메이지유신을 거친 일본이 근대국가 체제를 갖추기 시작하던 때에 정부 주도로 처음 참가한 국제박람회였다. 해외에 아이누 문화를 공식적으로 소개한 최초의 박람회이기도 했다.
당시 일본이 출품한 아이누 자료를 보면 홋카이도 교역의 주도권을 쥐게 된 메이지 정부가 어장에서 노동을 강요받는 처지로 전락한 아이누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줄곧 ‘전시를 보는 이(일본인)’보다, ‘전시의 대상(아이누)’에게 더 감정이입을 했다.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만국박람회라니 겹쳐지는 장면이 있다. 1903년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내국권업박람회’. 온갖 진기한 볼거리를 모아놓은 이 박람회에 ‘조선인 남녀’가 전시됐다. 난간을 사이에 두고 일본인 관람객이 조선인을 ‘구경’하는 전시였다. 대체 이게 무슨…. 지금 생각해도 피를 끓게 만드는 만행이 아닐 수 없다. 그때 조선인과 함께 전시됐던 이가 아이누족이다. 전시의 명분은 일본 관람객을 ‘교육시킨다’는 것이었다.
이런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한 전시의 뒷면에는 인간을 우월과 열등으로 구분하려 했던 ‘우생학’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우생학은 제국주의 일본이 강조했던 이데올로기였다.

삿포로 근교의 아타마다이부쓰.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 소도시에 ‘명소 100곳’이 있다니…
소도시 시라오이는 거기 우포포이가 없었다면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휙 지나쳤을, 인구 1만5000명이 채 안 되는 소도시다. 말이 도시지 우리로 치면 구(區)쯤의 작은 행정구역이다. 뭐든 작고 소박한 곳이라 볼 게 별로 없을 듯했는데, 뜻밖에 시라오이의 관광안내 책자에는 ‘시라오이의 100가지’가 소개돼 있다. 이 작은 소도시에서 어떻게 100가지를 꺼내놓을 수 있었을까. 아닌 게 아니라 ‘현지인이 전력을 다해 찾은 곳’이란다. 100가지에 일련번호를 매겼는데, 우포포이가 2번이다. 그러면 1번은? ‘시라오이규(白老牛·시라오이의 쇠고기)’다. 홋카이도의 3대 와규(和牛) 중 하나란다.
특산물이나 식당의 명단이 줄줄이 들어있어 장삿속이라는 게 느껴지긴 하지만 온갖 특산물과 경관 명소, 심지어 식당까지 다 모아놓은 100가지가 제법 흥미롭다. 그 좁은 지역에서 100가지를 꼽자니 안 들어간 게 없다. 지역의 라면집 다섯 곳이 각각 85번부터 89번까지 순위를 차지했는가 하면, ‘한국의 매력에 빠진’ 주인이 운영하는 ‘한국식 김밥집’도 46번에 올랐다. 그 덕분에 그냥 지나치려던 시라오이에서 하루 묵어가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추천할 만한 곳은 마지막 100번째로 꼽힌 ‘올드 그레이 브루어리’다. 지난 4월 문을 열었고 지역 맥주를 빚는 소규모 브루어리인데, 탭룸에서는 자가제조한 3종류의 신선한 맥주를 팔고, 갤러리에서는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감각적인 분위기의 건축도 좋고, 맥주 맛도 훌륭하다.
# 삼림욕과 온천욕을 동시에 즐기다
이 코스가 찍고 가는 주요 목적지는 노보리베쓰 온천과 도야호다. 노보리베쓰는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온천 마을. 이곳이 특별한 건 ‘온천백화점’이란 별명답게 유황천, 식염천, 명반천, 망초천, 산성천 등 온천 성분만 수십 가지에 달해서다. 이 중 탁한 물색 특유의 냄새가 나는 유황온천이 가장 유명하다.
노보리베쓰 온천은 1만 년 전 화산폭발로 생긴 폭열 화구의 흔적을 따라 걸어 들어가는 이른바 ‘지옥 계곡’의 산책로로도 이름났다.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고, 뜨거운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지옥 계곡을 따라 목책을 두른 산책로가 놓여 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짧은 산책로보다 작은 산 하나를 넘는 가벼운 트레킹으로 오유누마(大湯沼)까지 가볼 것을 권한다.
오유누마는 둘레 1㎞쯤 되는 표주박 모양의 온천호수. 호수 바닥에서는 130도 이상의 펄펄 끓는 유황온천수가 솟아오르는데, 수면의 온도도 40∼50도에 달한다. 푸른 기운이 감도는 우윳빛의 물색이 신기하다.
오유누마 뒤쪽으로 숲길을 잠깐만 거슬러 올라가면 뜨거운 천연 온천수가 흐르는 계곡이 있다. 계곡의 숲 속 한쪽에다 통나무로 짜서 앉을 자리를 마련해놓아 따뜻한 온천 계곡 수에 발을 담그고 족욕을 즐길 수 있다. 물소리를 들으며 삼림욕과 온천 족욕을 동시에 하는 셈이다.
노보리베쓰 온천지역에는 대규모 료칸(旅館)식 호텔이 들어서 있다. 일본의 버블경제 시대에 지은 것들이라 낡긴 했지만 시설이 다양한 데다 정갈하게 관리되고 있어 어느 곳을 택하더라도 실망하지 않는다. 게다가 딱 지금쯤이라면 온천마을 앞을 흘러내리는 천변에 단풍이 불붙기 시작해서 노천 온천욕의 정취를 더해주겠다.

노보리베쓰의 오유누마 뒤쪽 계곡에서 관광객들이 천연온천 족욕을 즐기는 모습.

# 도야호를 바라보며 온천을 즐기다
노보리베쓰 온천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야호가 있다. 화산활동이 거듭되면서 함몰된 자리에 물이 고여 만들어진 칼데라 호다. 호수의 둘레만 43㎞에 달할 정도니까, 그 화산이 어마어마한 크기였던 모양이다. 도야호는 일본의 호수 중에 9번째로 크고, 칼데라호 중에서는 3번째의 크기다. 수심도 깊다.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자그마치 177m나 된다.
도야호 남쪽에 온천마을이 있고 마을에는 온천호텔이 있다. 호반의 온천호텔들은 호수를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노천탕 하나쯤은 다 갖고 있는데, 객실 수준이나 상태가 천차만별이라 숙소를 잘 선택해야 한다. 도야호의 온천호텔은 숫자가 뻔해서 가격이 곧 수준을 의미한다. 예외는 없다. ‘저렴한 숙소인데도 훌륭하다’는 식의 횡재는 없다는 얘기다. ‘비싼 곳이 좋은 곳’이란 원칙이 딱 들어맞는다. 적절한 타협이 필요하다. 위안이 되는 건 눈높이를 좀 낮춘다 해도 그리 아쉽지 않다는 점이다. 어디서 묵든지 도야호의 근사한 풍경이 워낙 빼어나서다.
도야호의 최고의 경관이라면 호수 너머로 보이는 요테이(羊蹄)산의 모습이다. 요테이의 한자는 우리 식으로 읽으면 ‘양제’다. ‘양(羊)의 발굽(蹄)’이란 뜻이다. 산 정상의 분화구가 그런 모양이란다. 해발 1898m의 화산으로 늦가을부터 이듬해 늦봄까지 눈으로 뒤덮이는데 후지(富士)산과 비슷하다고 해서 ‘작은 후지산’이란 별명이 붙었다.
호수 남쪽의 온천호텔 쪽에서 호수 뒤편으로 웅장하게 서 있는 산의 모습이 다분히 ‘일본적(的)’이다. ‘왜색(倭色)’에는 비난의 뜻이 있으니, 적당하지 않은 것 같고 굳이 말하자면 ‘일색(日色)’이다.
# 도야호를 내려다보는 자리
‘도야’란 아이누족의 언어로 ‘언덕에 둘러싸인 호수’란 뜻이란다. 그 형상을 가장 극적으로 내려다보는 자리가 도야호를 굽어보는 산정에 자리 잡은 윈저호텔이다.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열린 호텔이자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3곳을 갖춘 고급호텔이다. 도야 호반에서도 저 멀리 언덕의 능선 위에 올라앉은 호텔이 보인다.
투숙하지 않더라도 윈저호텔에 가보기를 권하는 이유는 로비에서 거대한 극장 스크린처럼 한쪽 벽면의 통유리에 절반은 푸른 호수, 나머지 절반은 푸른 하늘이 채워진 압도적인 경관을 볼 수 있어서다. 그걸 그냥 보고 나올 수도 있지만, 호텔 로비에서 차 한잔쯤은 주문해서 마시는 게 매너일 듯하다.
도야호 옆에는 우스(有珠)산이 있다. 금세기 들어 네 번이나 분화한 활화산인데 정상에 전망대가 있어서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간다. 1965년 놓인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 잠깐만 걸으면 산 정상의 전망대 ‘우스360’에 닿는다. 호수 일대와 분화구를 내려다보는 360도 조망의 공간이다.
우스산의 첫 번째 분화는 1910년 북쪽 도야호에 딱 붙은 산봉우리에서, 두 번째는 1944년에서 1945년에 걸쳐 동쪽 봉우리에서 분화했다. 특히 두 번째 분화는 해발 400m가 넘는 산 하나를 통째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로프웨이 하단 정류장 옆의 ‘쇼와신(昭和新)산’이 화산 분화로 넘쳐 흐른 용암이 돔처럼 겹겹이 진득하게 쌓이면서 솟아난 산이다. 쇼와신산이란 ‘쇼와 시대에 만들어진 새로운 산’이란 뜻이다.

1945년 우스산의 화산 분화 때 분출된 진득한 용암이 만들어낸 쇼와신산.

# 화산 분화의 흔적을 따라 걷는 길
우스산의 세 번째 분화는 1977년에 있었다. 산정의 전망대 뒤쪽에 그때 생긴 분화구가 있다. 직경이 자그마치 350m에 달한다. 당시 화산 분화로 극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나 산 북쪽이 180m 융기했고, 남쪽은 70m나 가라앉았단다. 분화구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산책로가 놓여 있다.
여러 번의 화산 분화로 인명 피해도 있었다. 첫 번째 분화에서는 1명 사망, 두 번째 분화에서는 3명 부상, 세 번째 분화에서는 죽거나 실종된 사람이 3명이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있었던 2000년 분화 때는, 사전에 예보가 내려지면서 주민들이 모두 대피해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2000년 3월 우스산의 분화는 산자락 여기저기에 화구와 단층을 만들었고, 그 뒤로 5개월여 동안 대지가 융기하고 기울어졌다. 뒤틀린 지층이 지표면의 것들을 무너뜨리고 부쉈다.
그 적나라한 현장을 볼 수 있는 곳이 ‘니시야마(西山) 산책로’다. 폐허가 된 유치원과 무너진 과자 공장, 흔적만 남은 소방서까지 화산 분화가 남긴 상처가 생생하다. 땅속에 묻힌 굴삭기와 지표면으로 드러난 수도관이 길을 막는다. 땅이 융기하면서 길은 구부러졌고, 도로 중간에는 늪이 생겼다.
산책로의 거리는 2㎞ 남짓. 찬찬히 봐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화산 분화의 재난을 관광지로 조성한 것인데, 아무래도 인명피해의 비극이란 그늘이 없어 그럴 수 있었으리라. 일본 홋카이도 남쪽의 소도시와 온천, 호수는 우리와는 다른 풍경과 이야기로 가득하다. 여행의 특별한 감흥이 ‘여기와 다른 것’을 보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라면, 더없이 흥미진진한 여행지라는 얘기다.

■ 머리를 내민 대불상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을 출발해 노보리베쓰와 도야호를 지나서 시계방향으로 삿포로까지 가는 길에는 ‘아타마다이부쓰(頭大?)’가 있다. 거대한 돔형 구조물 안에서 앉은키 13.5m의 좌불(坐佛)이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형상의 조형물이다. 불상은 공익법인이 운영하는 공원묘원의 기념물로 만들어진 것. 2016년 묘원 개원 30주년을 기념해 세계적인 명성의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추모공원이지만 주변에 모아이 상과 스톤헨지 등의 기념물을 들여놓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됐다.
박경일 기자